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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4일 중앙일보에 실린 글이다. 문영호 변호사라는 분이 쓴 글인데 너무 가슴에 와닿아 이곳에 스크랩해둔다.

“남들이 보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하네
남들이 듣는 것을 나는 듣지 못하네
그러나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나는 보았네
남들이 들을 수 없는 것을 나는 들었네.”

열 살 남짓한 어린이가 읊은 자작(自作)시가 가슴을 때렸다. 오래전에 본 장애인 장기자랑 TV프로그램이었다. 지적 장애 때문인지 온몸을 뒤틀며 한마디씩 뱉는 걸 듣는 순간 숨이 막힐 듯했다. 그때의 감동을 떠올리며 그 시를 수없이 되뇌었다. 나이를 먹게 되면 그동안 보지도 듣지도 못한 걸 새롭게 보고 듣게 될지 마음 졸였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웬만큼 먹게 됐다. 언젠가부터는 새롭게 눈뜨는 것보다 잃어가는 것들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 산책길이 달라졌다. 어둠 속에서 앞서가는 사람 발걸음 따라잡기 힘든 때가 부쩍 늘어난 거다. 
앞서가는 사람 추월하는 재미를 즐기던 게 엊그제 같고 지리산·설악산 구석구석을 수십 회 오르내렸건만, 지난 시절 기억을 떠올릴수록 마음 한 켠에서 서글픔만 솟아날 뿐이다. 몸이 마음 따라가지 않는 게 이미 한둘이 아닌 데도 더 늘어날 일만 남았다. 몇 배 더한 서글픔이 밀려오면 어찌 감당해야 하리.
 
평정심(平靜心)을 자주 잃게 된 것도 서글픈 일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괜히 섭섭해하거나 주변을 배려하는 데 인색해진 게 그런 경우다. 그런 변화의 근원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소외감을 주범으로 꼽고 싶다. 마음의 변화에 놀랄 때마다,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닐 거라고 자위해 본다. 같은 나이 또래 친구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안타깝게도 화제가 한 가닥으로 모이지 않고 몇 갈래로 쪼개지는 게 그런 조짐이다. 각자 하고 싶은 말 하는 데 열중하기 때문이리라. 옆 사람 말 듣는 데 인색해지면 소통에 벽이 생길 게 뻔하다. 그렇게 한겹 두겹 벽을 쌓으면, 나이를 먹을수록 소외감의 늪으로 한 걸음씩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솟아나는 서글픔을 속으로 삼키면서 먹는 나이지만, 한 살씩 더해질 때마다 나름대로 얻는 게 생긴다. 긴 겨울이 끝날 
무렵 봄을 기다리는 설렘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삶의 활력소 아닌가. 하지만 그 길목에 꽃샘추위와 함께 불어대는 
바람만은 싫었다. 그런데 나무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려면 바람이 흔들어줘야 한다는 거다. 바람이 없으면 나뭇가지 끄트머리까지 땅속 물기를 빨아올릴 수 없다니, 얼마나 고마운 바람인가.
 
자연을 대하는 생각이 바뀌니 풀 한 포기도 달리 보였다. 산행길에서 가파른 바위 틈새로 힘겹게 뿌리 내린 채 뻗어 
올라 백 년 넘게 버텨온 소나무와 마주칠 때마다 숙연한 마음으로 쓰다듬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늠름하게 뻗은 나무보다 발길에 치여 죽은 나무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앙상한 밑동만 남아 오르내리는 등산객의 발걸음을 온몸으로 지탱해 주지 않는가. 살아서 눈길도 받지 못했을망정 죽어서 제 몫의 몇 배를 다하는 잡목의 헌신 앞에서 숙연해졌다.
 
우쭐해 하는 마음을 내려놓게 된 것도 나이 먹은 덕인가 싶다. 추운 겨울 서울지하철 잠실역 입구 인도 바닥에 엎드려 찬송가를 틀어 놓고 구걸하는 지체장애인과 마주친 건 오래전의 일이다. 첫눈에 들어온 그의 몰골은 고달픔 자체였다. 두 다리가 없어 엎드려 길을 쓸 듯이 기어 다녔으니, 바닥의 냉기가 온몸에 파고들었으리라. 사무실 도착 후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그의 모습이 떠오르면 심란해졌다. 행인들이 던져주는 동전 몇 닢으로 연명(延命)하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진 것이 사람 목숨이라 끊지 못하는 걸까. 이 넓은 세상에서 그가 누리는 공간은 어디까지일까.
 
출근길이 바뀌고 그를 잊은 채 몇 해가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며, 그가 이어가는 삶이 그 누구보다 치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쩡한 몸과 허우대를 가지고 태어난 내가 꾸려온 삶과 그의 삶을 무슨 잣대로 비교한단 말인가. 뭇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차가운 길바닥에 몇 시간이라도 누워있을 자신이 없는 내가, 과연 그를 동정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그가 겪고 있는 시련에 훨씬 못 미치는 시련 앞에서 나는 좌절할 뻔하지 않았던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자신이 초라해지고 그를 동정한 것이 부끄러워졌다.
 
해 바뀌면 먹어야 하는 나이를 훈장처럼 가슴에 달수는 없을까. 한 살 나이 먹을 때마다 타인의 치열한 삶에서 이름 없는 잡목의 헌신에서 뭔가 깨닫는 그런 혜안(慧眼)을 하나씩 더 보태게 된다면, 나이가 훈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훈장을 달게 되면 밀려오는 서글픔도 얼마든지 물리칠 수 있을 테니까.
 
[법의 길 사람의 길]  문영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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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게 르 니 카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2019 )

무법천지인 시절, 힘들게 살아남은 사내의 얘기.
좋아하는 감독, 좋아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좋은데
보고난 후 감동보다는 찜찜하다.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만, 백범 선생 살인자 안두희도 생각나고.
임팩트있게 사건을 정리하기보다는 연대기 같은
느낌이다.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건
아닌지... 그런데 아일랜드 사람들이 냉철하고
자기 가족보호에 민감하며 자기 이익에 철저한
면이 있나?

 

 

백두산(ashfall, 2019)

CG가 나름 볼만하다고 하는데 생각보다는 별로다.
설정이나 스토리가 전반적으로 허술한 느낌도 있고.

,

 

 

 

 

원스어판어타임인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2019 )

타란티노 감독은 나랑은 잘 안맞는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60년대 히피와 베트남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헐리웃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려는건가?
어떻게 이런 영화가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가서
상을 받을 수 있을까? 

Posted by 게 르 니 카

이퀄라이저 2( The Equalizer2 , 2018 )

댄젤워싱턴을 좋아해서 그런지, 시간 때우기 적당한 액션과 스토리인 것 같다.
스토리가 조금 무리하다 싶은 감이 있지만 머 그럴수도 있는거지. 액션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특공? 전투? 무술을 배우고 싶기는 하다.

 

 

 

 

헬보이 리부트( Hellboy:reboot, 2019 )

예전 헬보이 1, 2편을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이번에는 리부트로 다시 시작하면서
헬보이 탄생 설화 얘기를 하네. 아서왕의 후손이라니... 근데 영국에서 아서는
어떤 의미인지 찾아보고 싶기는 하다. 이런저런 괴물들이 나오면서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재미있지도 않고 재미없지도 않다.

 

 

 

 

분노의 질주:홉스 앤 쇼( Fast & Furious:Hobbs & Shaw, 2019 )

dfdfddfdf

액션으로만 보면 나쁘지 않은데, 분노의 질주 씨리즈는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차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기본적으로 차가 나오기는 하지만 오히려 악당의
오토바이와 컨셉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분노의 질주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을까?

 

 

Posted by 게 르 니 카

마약왕( The Drug King, 2018 )

거칠기도 하지만 70년대라는 시대 배경이 추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려운 시절, 더 어려운 시간을 버티고 살아온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어떠한 짓이라도 할 수 있었던 시절. 세상을 홀로 대적하며 살아간
사람의 일그러진 인생. 컴퓨터 앞에서 늘 깨작거리는 것보다는 때로는
저렇게 불나방처럼 인생을 살다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손익분기점을 못넘긴 것 같은데 내게는 나쁘지 않았다. 


국가 부도의 날( Default, 2018 )

영화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공부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올 때의 얘기라서 느낌이
더 새롭다. 책임지지 않는 정책 수행자들과 고통받는 서민.
이건 아마도 영원히 풀지 못할 과제일게다.
마지막 한실장의 대사가 평소 내 지론이라서 그대로 옮겨 놓는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고하는 것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항상 깨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Posted by 게 르 니 카

인랑( The Wolf Brigade, 2018 )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적인 감독인 김지운 감독이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다가 감당이 안된 케이스 같다. 차라리 액션이면 액션 쪽으로 밀던지
조직간의 암투라면 그 쪽 바닥의 비정함을 보여주던지, 이것저것 조금씩 담으려
했다가 그저그런 영화가 되어 버렸다. 여주인공이랑 연애는 뜬금없기까지 하다.
무언가 다 갖추었으나 매력은 없는. 아쉽다.


베놈( Venom, 2018 )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보았는데 나름 재미있다. 기생인지 공생인지는
헥갈리지만 사람을 숙주로 사용하는 영웅이란 컨셉도 신선하고
그래서 그런지 액션도 특이한 것 같다. 특히나 오토바이 추격신이나
다른 베놈과의 싸움 장면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더 프레데터( The Predetor, 2018 )

프레데터 2018에 속았는데 이게 정품이었다. 문제는 정품도
퀄리티가 떨어져서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런 류의 영화에
굳이 아이를 넣었어야 했는지도 의문이고, 여 박사의 액션이 박사라기에는
뜽금없기도 하다. 한참을 날던 우주선이 추락한 곳에 깔끔한 옷의
여박사가 나타나 유탄발사기를 사용하다니. 예산이 적었나 추락한
우주선을 찾으러간 병사가 열댓명 밖에 안된다. 아놀드슈왈츠제네거의
프레데터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긴장감이 전혀없다.

Posted by 게 르 니 카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2018 )

그렇게 잘만든 영화같지는 않은데 요즘 주변에서
많이 언급되는 것 같다. 일단은 TV에서 퀸 음악을 듣고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배우가 너무 힘없이 보이게 말라서
감정이입이 안된다. 스토리도 지루하고. 한국에서 유독
인기라니...한국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가.

프레데터 2018( Rise of the Predator, 2018 )

영화로 이렇게 낚일 수가 있다니.
1987년도 원본을 베끼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느낌없이 만들 수 있는지.
음악도 시끄럽고, 대사도 느끼하고
연기도 어설프고, 스토리도 엉망이고
심지어는 괴수까지 엉망이다.
최신 개봉작 'The Predator 2018' 제목과
헥갈릴 영화를 수입해온 업자는.. 


2036 오리진 언노운( 2036 Origin Unknown, 2018 )

비극적이기도 하고 심오하다. 너무 어렵기도 하고.
화성에서 우연히 발견한 외계의 신기술을 이용하려다
인류가 멸종당한다. 이런 스토리인건가 ?
'아티' 와의 미묘한 신경전이 나름 더 재미있게 한다.
AI의 비 직관? 무 영감? 이런 것도 급박한 상황에서는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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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게 르 니 카

명당( 2017 )

참 졸작이다. 내용도 밋밋하고, 촛점도 흔들리고,
배우들도 별로 역할과 매치도 안되고, 대원군의
설득력 떨어지는변절까지 ...
소재는 나름 좋았으나, 신흥무관학교라니.
마지막까지 실망을 시킨다. 관객수를 찾아보니
그럴만하다. 그나마 배우들의 지명도인듯.


물괴( Monstrum, 2018 )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영화였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조선이라는 배경과 괴수가 어울리지가 
않는 것 같다. 마무리의 해피엔딩도 조금 과하고.

레니게이드( Renegades, 2017 )

전체적으로 액션이 훌룡하다. 그 중
도입부에 나오는 탱크씬이 제일 훌룡하다.
역시 남자는 싸움을 잘해야 멋있다.
원 제목은 'The Lake' 이라는데 그게 더 좋은
것 같은데. renegade는 변절자, 이탈자 라는
뜻인데 어떤 의미에서의 변절자일까..,

Posted by 게 르 니 카

쥬라식 월드 : 폴른 킹덤( Jurassic World : Fallen Kingdom, 2018 )

쥬라기 월드 시리즈는 나름 재미가 보장되는 것 같다.
공룡을 보는 재미도 나쁘지 않고, 공룡을 생물 병기로
활용한다는 발상도 괜찮고. 철저한 제어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블루가 오웬을 구해줄 것이란
예측이 맞았다. 아마도 쥬라기 월드 다음 편에서는 
도시를 점령한 공룡들을 퇴치하는 내용이 영화의 주 내용이고
공존할 수 있는 영역이나 생존 방식을 제시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업그레이드( upgrade, 2018 )

처음에 자동차는 B급 영화같은 분위기였는데
갈수록 좋아졌다. 바이오칩도 나쁘지 않았고
AI의 생존욕구라는 소재도 괜찮고, 액션도
나름 볼만하다, 특히 VR을 잠깐씩 보여주며
인간의 퇴행 심리를 풍자, 묘사하는 것도
동양의 선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Posted by 게 르 니 카

앤트맨과 와스프( Antman and Wasp, 2018 )

보는 재미는 있는데, 너무 과학적인 백그라운드가 빈약해서
나중에는 식상해지기까지 하다. 그 와중에 현대차의 승리랄까.
개미 노동자를 보는 것도 불편하다. 편리함의 극치일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하면 생물체도 기계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미국인의 얕은 실용주의적 관점은 아닌지.... 
오락 영화에 이리 진지해질 필요까지는 없는데.  


공작( The Spy Gone North, 2018 )

무엇보다 기분이 나쁜 건 자기들 살자고 착한 사람들
죽어나가도록 만드는 정치인이란 놈들의 행태이다.
세월호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오션스8( Oceans 8, 2018 )

왜 이런 영화를 만든걸까? 남자들 위주가 아니라
여자들만으로도 잘 처리할 수 있다를 보여주고 싶은건가?
스토리도, 액션도, 스킬의 탁월함도 무엇하나 참신한 것이
없다. 간만에 따분하게 본 영화다.

Posted by 게 르 니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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