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 김지하

기다림 밖엔
그 무엇도 남김 없는 세월이여
끝 없는 끝들이여
밑 없는 가없는 모습도 없는
수렁 깊이 두 발을 묻고 하늘이여
하늘이여

외쳐 부르는 이 기나긴 소리의 끝
연꽃으로도 피어 못 날 이 서투른 몸부림의 끝
못 믿을 돌덩이나마 하나
죽기 전엔 디뎌보마
죽기 전엔

꿈 없는 네 하얀 살결에나마 기어이
불길한 꿈 하나는 남기고 가마
바람도 소리도 빛도 없는 세월이여 기다림 밖엔
남김 없는 죽음이 죽음에서 일어서는
외침을 칼날을 기다림 밖엔
끝 없는 끝들이여

모든 끝들이여 잠자는 끝들이여
죽기 전엔 기어이
결별의 글 한 줄은 써두고 가마


요즘 이래저래 우울증이 겹치고 심해져서 멘붕까지 왔다.
내가 지금까지 뭘하며 뭘 추구하며 살아왔는지 다 까먹었다.
며칠 째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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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게 르 니 카


조금 시간이 지났는데 컴퓨터 파일 정리하다가 보여서 올려봅니다.

때는 한참 벚꽃이 만발하던 올 봄이었습니다. 4월 중순 정도였나...

전 날 저녁 탄천 자전거 도로의 노란 가로등 밑에 눈처럼 하얀 벚꽃 들을 보며

퇴근했었는데 밤새 비바람이 불더니 아침에 자출하는데, 분당 서울대 병원 근처에

몇 그루 벚나무가 자전거 도로 옆으로 쓰러져 있는 것입니다.

( 그 때 사진을 찍어뒀어야 하는데... 아래 사진은 그냥 분위기 차원에서... )

그 풍경을 보는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詩心이 폭발하더군요. 그 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머리 속으로 퇴고를

거듭해 회사에 도착해서 샤워하고는 바로 시를 써버렸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노란 가로등 밑에
하얀 그 녀의 뺨보다 더 하얗던
벚꽃 나무가

꽃잎이 무거웠나 보다

비 내린 다음 날 아침
그 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바닥에 흩어진 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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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게 르 니 카

2011. 2. 1. 21:19 생활

일본전산 이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간간히 신문에 소개되던 책을 보다가 사놓고는 한동안 뒤척이기만 하다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성공한 회사의 초기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고
부럽다. 예전에 읽었던 한국전기초자의 혁신 스토리를 다룬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를 읽고 난 후의 감동과 흡사하기도 하다.

이런 류의 책은 딱딱한 경영 전문 서적이 아니라서 그런지 읽기는 편하다는것이다. 책 곳곳에 좋은 얘기도 참 많이 나온다. 특히 빨간색으로 된 문장들.

스피드가 5할이다. 중노동이라 할 만큼의 노력이 3할이다. 능력은 1할 5푼. 학력은 고작 3푼. 회사 지명도라야 2푼 값어치일 뿐이다. 이것이 불황을 이기고 돈 버는 기업의 전략 안배이다.
         
          김성호 지음             일본 전산의 모토 : 1. 즉시 한다. 2. 반드시 한다. 3. 될 때까지 한다.
             
  열심히 일한 것이나 대단히 훌룡한 업적을 이룬 것, 그것만으로 기업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기업이 적자를 내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훌륭한 기술도 화려한 업적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할 때', '그만 하고 싶은 생각이 턱까지 올라올 때', '그래도 하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때로는 '승리의 비결'따위는 너무도 간단하다. '끝까지 하는 습관'이 들었을 뿐이다. 그냥 하는
시늉만 하거나, 머리나 입으로만 하겠다고 장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감동이 벅차오르는 이런 말을 직접 실천한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이 시작한 동료가 훌룡해서, 시기적으로 운이 맞아서, 누구의 도움으로, ...
이런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기 전에 나부터 반성할 일이다.

정말로 열정을 가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일까?

10년이라는 시간, 열심히 산다고 살았왔던 것 같은데 난 도대체 뭘하고 있었던걸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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