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정리하다 보니 메모장에 언제 썼는지도 모르는 시가 하나 들어 있다.
내용을 보니 어떤 사건이 소재가 되었는지 짐작이 된다.
아마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오면서 썼을 것이다.
전화번호
버스 창 밖으로
이번 겨울 처음인 것 처럼
눈은 내리고
알 수 없는 번호로 메시지가 와서
나를 보고 싶다 하는데
알 수 없는 번호가 너무 궁금해
내 가슴이 답답해 오네
첫사랑 그녀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녀와의 사랑이 자꾸 떠올라
좁은 좌석에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서툰 몸짓만 기억이 날 뿐
아! 이젠 그녀의 이름도
얼굴도 떠오르지 않아.
눈은 녹고 있는데
버스는 집 앞에 도착해
나는 내려 멀어져 가는
버스를 보고만 있네.
2016.1.20.